가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특히 내가 살던 동네가 나온 편은 챙겨봤다. 연예인들을 섭외해 이런저런 동네를 다니면서 탐색을 하고 아무 집이나 초인종을 눌러서 한끼 달라고 부탁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의외의 장면을 많이 봐서 인상적이었다. 이태원동에서는 대단한 엘리트 부잣집이 문을 열어주었고 후암동에서는 누추한 서민집에서 연예인들을 초대해 즐겁게 저녁밥을 차려주었다. 감동적이었다.
물론 거절당하는 장면도 많이 나왔지만 당연히 대부분은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가 왓챠라는 영화 스트리밍&평가 웹사이트의 악플들을 보게 됐다. 콘셉트 자체에 지독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악플이 너무 많았다. 한끼 얻어먹는 건 고사하고,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자체가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뭐지? 의아했다. 어차피 좋아서 허락한 집들인데? 싫으면 거절하거나 아예 대답을 안 하면 되고.
그러다가 나의 이웃들 생각이 났다. 현재 나는 다세대 주택에 거주중이다. 겹주차도 해야 하고 해서 이웃들과 얘기할 일이 많다. 나는 어떻게 보면 그런 걸 일부러 해보고 싶어서 이리로 이사했다고 할 수도 있는 편이다. 나름 잘 지내려고 노력했고,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중에 꽤 다정하게 지내는 이웃도 생겼다.
하지만 이웃 중에는 인사도 제대로 안 하려는, 인사는 마지못해 하지만 얼굴조차 똑바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
뭐지? 이해가 안 됐다. 이왕이면 웃으며 인사하며 지내는 게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나? 아무리 고립돼 살아가는 현대 도시 생활이지만, 이곳은 장소의 특성상 그럴 수 없을 때가 여러가지로 많았다.
그러다가 나의 옛날이 생각났다. 물론 초창기에는 떡 대신 초콜릿을 돌린 적도 있었지만, 나도 대체로 20년의 공동주택 생활 동안 이웃들을 무시하고 경계하며 보냈던 것 같다. 존재 자체를 신경 쓰질 않다가 혹시나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는 그런 상태.
무엇이 나를 다시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를 한동안 생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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